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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 말하지 못한 마음이 쌓인 그곳, ‘비밀글’ 속 진짜 나

by jaewon7010 님의 블로그 2025. 7. 3.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요즘 청소년 소설을 읽고 나면, ‘이건 어른이 읽어야 할 책’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황영미 작가의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역시 그런 책이다. 학급 내 왕따, 사회적 시선, 자기 존재에 대한 혼란… 그 모든 것을 섬세하게 그려낸 이 책은 청소년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지만, 어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남긴다.

책을 덮는 순간, 나는 내 학창 시절의 어딘가로 되돌아간다. 말하지 못하고 삼킨 마음, 친구들과의 거리감, 혼자였던 교실의 공기.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그런 마음을 건드리는 책이다.


 1. 왕따의 이름은 체리새우, 그 아이의 이야기

소설의 주인공 ‘혜진’은 평범한 중학생이다. 평범하게 학교를 다니고, 친구와 어울리며, 집과 학교 사이를 오가는 지극히 일상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친구들의 시선이 조금씩 달라진다. 말없이 자신을 피하고, 단체 채팅방에서 자신을 뺀 채 대화를 이어가고, 소문과 속삭임 속에 ‘체리새우’라는 별명이 붙는다.

체리새우. 작고 빨갛고 쉽게 사라질 것 같은 존재. 그 별명 속엔 혜진에 대한 조롱과 배제의 감정이 담겨 있다.

책은 이런 왕따의 과정을 극적이거나 자극적으로 묘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너무 현실적이고 조용하게 진행된다. 그래서 더 무섭고, 그래서 더 마음이 아프다. 어떤 관계는 그렇게 아무런 이유도, 명확한 계기도 없이 무너진다. 주인공은 당황하고,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그 감정을 속으로만 삼킨다. 그리고 그 모든 감정을 비밀글로 쓴다.


 2. ‘비밀글입니다’ – 말하지 못한 감정의 은신처

혜진은 자신이 겪는 일, 느끼는 감정을 블로그의 **‘비밀글’**에 쓴다. 아무도 읽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글. 오직 자신만을 위한 기록.

이 비밀글은 단순한 일기장이 아니다. 말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감정, 이해받지 못하는 고립감, 누군가에게 털어놓을 수 없어서 더 무거워진 마음을 대변하는 공간이다. 누군가를 원망하고, 스스로를 탓하고, 혹은 아무 말 없이 눈물만 흘리는 마음.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자신만의 ‘비밀글’ 공간을 떠올릴 것이다. SNS 비공개 계정, 다 쓴 노트의 끝장, 스마트폰 메모장 깊숙한 곳… 거기에 적어둔 말들은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분명 나 자신을 지켜준 문장이었을 것이다.

혜진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한 번쯤은 겪었을, 혹은 지금도 겪고 있는 **‘말하지 못한 시간’**이 그 안에 담겨 있다.


 3. 아이들은 말하지 않는다 – 그래서 우리는 더 들어야 한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단순히 학교폭력이나 왕따 문제를 소재로 삼은 책이 아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그 문제를 말하는 방식 때문이다.

작가는 누구를 악역으로 만들지 않는다. 혜진을 따돌리는 친구들도 그들만의 이유와 상처를 안고 있다. 어른들의 무심함도 있지만, 무조건적인 무능함으로만 묘사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선악 이분법이 아닌, 감정의 복잡성을 솔직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말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혼자서 견디고, 표현하지 않고, 참고 넘긴다. 그런 아이들의 마음을 우리는 얼마나 들여다보고 있을까?

이 책은 우리에게 그런 질문을 던진다. 아이들은 왜 말하지 않을까? 아니, 말하지 않아도 되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책을 읽는 어른이라면, 단 한 문장이라도 깊이 반성하게 만드는 순간이 반드시 있다.


 4. 혼자가 아니야 – 치유와 회복의 과정

소설 후반부로 갈수록, 혜진은 아주 조금씩 변화한다. 외부의 도움도 있지만, 무엇보다 스스로를 지키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거친다. 그리고 자신처럼 상처받은 또 다른 친구와 마주하게 된다.

이야기의 흐름은 억지스러운 해피엔딩이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희망’이 있다. 그것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니라,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 소소한 관심, 의도하지 않은 작은 친절이 누군가의 마음에 얼마나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 책은 조용히 보여준다.

작가는 말한다. “어둠 속에서 자신을 꺼내는 건 결국 자신이지만, 그 손을 붙잡아 주는 누군가가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 회복의 시작이다.”


 5. 청소년만을 위한 책이 아닌, 모든 세대를 위한 소설

많은 사람들이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를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한다. 물론 주인공은 중학생이고, 주요 무대는 교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성인에게도 깊은 울림을 주는 이야기다.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점점 더 많은 가면을 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드러내지 않기 위해. 그래서 때로는 아이들보다 더 외롭고 고립된다. 그런 어른들에게도 이 책은 ‘비밀글’처럼 다가온다. 진짜 마음을 꺼낼 수 있는 공간,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는 공간.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자신만의 체리새우였던 시절이 있다. 그리고 지금 누군가는 여전히 그 시절을 지나고 있다.


 마무리하며 – 우리가 놓치고 있었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시간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작지만 단단한 이야기다. 학창 시절, 교실 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감정과 상황, 말하지 못하고 쌓이는 마음의 무게를 조용히, 그러나 예리하게 그려낸다. 그 속에는 모든 세대가 공감할 만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떠올리게 된다. 나는 지금 누구의 비밀글을 외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혹은, 나 자신에게조차 말하지 못한 감정은 없는가?

아주 작은 관심이, 말 한마디가, 혹은 책 한 권이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바로 그런 책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통해 자신과, 그리고 주변의 ‘혜진’들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