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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도덕』 – 버트런드 러셀이 말하는 결혼 제도와 도덕의 본질

by jaewon7010 님의 블로그 2025. 6. 24.

 

결혼과 도덕

 

 

 

버트런드 러셀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이자 사회사상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저서 『결혼과 도덕』(Marriage and Morals)은 1929년에 출간되어 당시 사회를 뒤흔들 만큼 파격적인 내용으로 주목받았다. 이 책은 결혼과 성, 도덕과 제도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비판적으로 조명하며,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윤리적 기준과 개인의 자유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러셀은 철학자이면서도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해 날카로운 통찰을 가졌고, 그가 바라본 결혼은 단순한 제도가 아닌 인간 자유와 도덕의 문제로 연결되어 있다. 『결혼과 도덕』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을 담고 있으며, 현대인의 결혼과 관계, 성 역할에 대한 고민에 지적 자극을 준다.


전통적 결혼 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

러셀은 먼저 당시의 결혼 제도가 너무나 강압적이고 위선적이며, 인간 본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그는 “도덕”이라는 이름으로 통용되는 관념들이 실제로는 사회적 억압과 개인의 자유를 억누르는 도구가 되었다고 본다. 전통적 결혼 제도가 여성에게만 순결과 정조를 강요하고, 남성에게는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는 이중잣대를 비판하면서, 성 도덕은 자연적인 인간 본성이 아닌 사회적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혼전 성관계는 무조건 잘못이다”라는 관념이 어떤 근거에서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하며, 이 기준이 종교적 권위와 사회 통제 욕구의 산물이라고 설명한다. 러셀은 그러한 도덕이 인간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기여하기보다, 오히려 억압과 불행을 조장한다고 말한다.


사랑, 성, 자유: 인간 본성에 충실한 관계란 무엇인가?

러셀은 인간의 사랑과 성적 욕구는 억압이나 금기가 아니라, 자연스럽고 건강한 본성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도덕이란 고정된 틀에 따라 성행위를 규제할 것이 아니라, 개인의 행복과 타인에 대한 해악 여부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는 “도덕은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면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에서만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랑이란 필연적으로 변화하는 감정이며, 억지로 고정시키거나 제도화하려는 시도는 결국 인간성에 위배된다고 본다. 그는 결혼이 강제적으로 유지되어야 할 제도가 아니라, 양측의 애정과 의지가 유지되는 한 지속되는 동반자 관계로 이해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여성의 권리와 교육: 성 평등의 중요성

『결혼과 도덕』의 핵심은 성 평등의 주장이다. 러셀은 여성의 권리, 특히 교육과 직업 선택의 자유를 강하게 옹호했다. 당시 여성들은 대부분 결혼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했으며, 사회는 여성에게 경제적 독립을 허용하지 않았다. 러셀은 이러한 구조가 여성의 자유를 억압하고, 결혼을 일종의 거래처럼 만들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교육 기회를 갖고, 경제적 자립이 가능해질 때 비로소 결혼은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책이 발표된 시대에는 급진적으로 여겨졌지만, 현재 기준에서 보면 러셀은 성 평등과 개인의 자유를 선구적으로 주장한 인물이었다.


모성, 아동 교육, 그리고 사회의 역할

러셀은 가족이 단순히 사적인 단위가 아니라, 사회 전반의 건강성과 직결된다고 본다. 그는 모성이 신성시되는 것을 비판하면서, 여성에게만 육아의 부담을 전가하는 구조를 지적한다. 아이의 양육은 부모 양쪽의 책임이며, 동시에 사회 전체가 함께 짊어져야 할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특히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과 안정된 환경’이지, 부모가 법적으로 결혼했는지 여부는 본질적인 요소가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의 권리, 여성의 권리, 그리고 남성의 책임을 통합적으로 논의하면서, 보다 건강한 가족 구조와 교육 환경을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종교와 도덕: 윤리의 새로운 기준

러셀은 기존의 도덕이 주로 종교적 기반에서 형성되었음을 지적하며, 비이성적이고 고정적인 윤리는 새로운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는 도덕이란 변화하는 사회와 인간 이해에 따라 유동적이어야 하며, 과학적 사고와 합리성에 기반해야 한다고 본다.

종교적 윤리는 죄책감과 억압을 조장하는 경향이 있고, 이는 인간의 심리적 건강에도 해롭다는 점을 강조한다. 러셀은 “도덕은 삶을 풍요롭고 자유롭게 만드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는 관점을 견지하며, 종교적 가치에서 벗어난 새로운 윤리 기준을 제안한다.


결혼 제도의 재구성: 미래를 위한 제안

『결혼과 도덕』은 단순히 비판에 그치지 않고, 대안을 제시한다. 러셀은 결혼이 ‘신성한 제도’가 아닌 ‘사회적 계약’으로 재정의되어야 하며, 이 계약은 상호 존중과 자율성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부부 관계는 사랑과 이해, 그리고 평등한 책임 분담이 핵심이며, 이 관계는 언제든지 변화될 수 있는 유기적인 구조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결혼의 목적이 자녀의 양육과 개인의 안정이라면, 국가와 사회는 이를 지원할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개인의 자유와 사회의 안정이라는 두 가치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통찰

버트런드 러셀이 『결혼과 도덕』에서 던진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결혼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당연한 선택처럼 여겨지지만, 러셀의 주장은 우리가 그 제도의 본질을 다시 한 번 되묻게 만든다. 우리는 결혼을 왜 하는가? 어떤 도덕이 우리를 억압하고 있는가? 자유와 사랑, 책임은 어떻게 조화를 이뤄야 하는가?

현대 사회는 다양성과 개인의 자유를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결혼과 도덕』은 우리에게 자유와 평등, 존중이 실현되는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제도의 틀을 벗어나, 인간 중심의 윤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며, 독자에게 사유의 폭을 넓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