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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류』 – 파열과 회복 사이, 삶의 진실을 마주하다

by jaewon7010 님의 블로그 2025. 6. 23.

급류

 

 

정대건 작가의 『급류』는 제목 그대로, 예기치 못한 상황에 휘말린 사람들의 감정과 관계가 급류처럼 요동치는 서사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단지 파란만장한 사건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 속에서 개인과 가족, 사회가 어떻게 서로를 지탱하거나 무너뜨리는지를 세밀하게 탐색한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의 균열

이 소설의 중심에는 한 가족이 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이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안은 이미 오래전부터 금이 가 있었던 관계들이 얽혀 있다. 아버지는 사업의 실패 이후 무너져가고, 어머니는 무기력 속에서 가족을 지탱하기 위해 애쓴다. 자녀들은 각자의 삶에서 방황하며 점점 부모와의 거리를 벌려간다.

소설은 이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를 단독의 서사로 조명하면서도, 그들이 마주한 갈등과 단절이 결국 한 몸처럼 연결되어 있는 운명임을 드러낸다. 정대건은 가족 간에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어떻게 오랜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지를, 감정의 디테일을 통해 조용히 보여준다.


실패와 상실의 자화상

『급류』는 실패에 대해 말하는 작품이다. 그러나 그 실패는 단지 경제적이거나 사회적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 이 소설에서 실패는 삶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모든 감정의 총합이다. 인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실패를 경험하고, 그로 인해 관계는 엇갈리고, 자신을 향한 신뢰도 흔들린다.

흥미로운 점은 정대건이 실패를 단순히 ‘끝’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실패를 새로운 정서의 시작으로 묘사한다. 좌절을 통해 드러나는 내면, 상실을 통해 발견되는 진실은 소설을 통해 조금씩 독자의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우리는 모두 어느 순간 급류에 휩쓸린 적이 있다. 이 작품은 그 경험을 외면하지 않고 응시하게 한다.


문체와 리듬: 고요하지만 깊은 파장

정대건 작가의 문체는 군더더기가 없다. 소설의 분위기는 차분하지만, 그 안의 감정은 얕지 않다. 짧고 담담한 문장들은 오히려 독자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그는 감정을 직접 말로 표현하기보다, 인물의 행동이나 침묵을 통해 전달한다. 마치 거센 급류에 휩쓸리기 직전의 정적처럼, 정제된 언어는 독자의 감정을 조용히 흔든다.

이러한 스타일 덕분에 독자는 자연스럽게 인물의 감정에 몰입할 수 있으며, 각 장면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글의 리듬은 빨라지지 않지만, 그 흐름은 결코 지루하지 않다. 이는 정대건 작가 특유의 미덕이기도 하다.


급류를 건너는 사람들: 연대와 회복의 가능성

급류는 모든 것을 휩쓸어버리지만, 동시에 그것을 건너는 사람을 단련시키기도 한다. 『급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도 모르게 흘러드는 변화 속에서 버티고, 부딪히고, 끝내는 서로에게 닿으려 애쓴다. 때로는 감정이 터지고, 또 때로는 오해가 깊어지지만, 소설은 결국 인간의 가능성을 믿는다.

완벽하지 않지만 진심 어린 연대, 깨어졌지만 다시 맞잡은 손, 떠밀렸지만 되돌아오는 발걸음. 이러한 장면들은 단지 허구적 장치가 아니라, 현실에서 우리가 겪는 크고 작은 순간의 축소판처럼 느껴진다. 작가는 이 회복의 장면을 과장 없이, 그러나 진심을 담아 그려낸다.


우리가 마주한 급류는 무엇이었는가

이 작품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당신이 경험한 급류는 무엇이었는가?” 삶의 어느 지점에서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과 마주하고, 예기치 않게 관계가 멀어지거나 무너졌던 순간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 정대건은 이 물음을 독자에게 맡긴다. 그리고 그 대답은 독자의 삶 속에서 조용히 떠오른다.


느낀점

『급류』는 읽는 내내 마음을 무겁게 하지만, 결코 절망으로 몰아가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왜 상처받고, 왜 다시 연결되어야 하는지를 되묻는다. 현실은 때때로 거세게 밀려드는 물살처럼 우리를 휘감지만, 이 책은 그 한가운데에서 자신과 마주하는 법, 타인을 이해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삶의 무게에 지친 이들에게, 또는 관계의 피로감에 잠시 멈춰 선 이들에게 『급류』는 깊은 위로이자 성찰의 기회가 될 것이다.


마무리하며

정대건 작가의 『급류』는 단순한 가족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개인의 상처, 관계의 단절, 그리고 그것을 다시 잇는 과정을 통해 삶의 본질을 묻는 작품이다. 문학이 줄 수 있는 가장 진실한 감정—공감과 성찰—을 느끼고 싶다면, 이 작품은 충분히 당신을 그 흐름 속으로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