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눈물이 있다. 슬퍼서 우는 눈물, 기뻐서 우는 눈물, 아파서, 또는 그리워서 흘리는 눈물. 하지만 『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라는 책 제목을 마주했을 때, 우리는 아주 특별한 감정의 결을 떠올리게 된다. 먹는다는 행위가 단순한 생존이 아닌, 기억과 사랑과 회한과 위로의 총체라는 사실을 이 책은 조용하고 깊게 전해준다.
『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는 에세이스트 마스다 미리의 글과, 일본의 대표적인 요리 연구가 마키타 미츠하루의 감성적인 레시피가 결합된 책이다. 이 책은 요리책이면서도,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삶의 조각들이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드러나는 문학적인 에세이에 가깝다.
음식이 불러오는 기억의 문
이 책은 16편의 짧은 에세이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마다 한 가지 요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려나간다. 예를 들어, 따뜻한 감자조림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토마토 수프는 외로움 속에서 건네진 다정함을 떠올리게 한다. 마스다 미리 특유의 담담하고 절제된 문체는 음식에 얽힌 감정을 억지로 끌어내지 않는다. 대신, 독자가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억을 더듬도록 이끈다.
“그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스푼을 움직였다. 토마토의 새콤함과 당근의 단맛, 양파의 부드러움이 뒤섞인 국물을 마셨다. 속이 따뜻해졌고, 괜히 울컥했다.”
이런 문장들은 단순히 ‘맛있었다’는 경험을 넘어서, 음식이 얼마나 정서적인 힘을 가지는가를 보여준다. 우리도 가끔 아무도 없는 집에서 라면 한 그릇을 끓여먹으며 어딘가 울컥해본 경험이 있지 않은가. 바로 그 감정을, 마스다 미리는 아주 섬세하게 짚어낸다.
삶은 매일매일 작은 식사로 구성된다
『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는 거창한 요리를 다루지 않는다. 책에 등장하는 음식들은 오히려 평범하고, 일상적인 식사다. 된장국, 주먹밥, 감자조림, 오므라이스, 카레라이스, 삶은 달걀. 그러나 이 평범한 메뉴들이 가지는 정서적 깊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작가는 말한다. “살아가는 일은 결국 매일 무언가를 먹는 일의 반복이다.” 맞는 말이다. 하루하루가 바쁘고 정신없는 와중에도 우리는 결국 ‘먹어야 한다’. 이 단순한 행위는 삶을 이어주는 가장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식이다. 그래서 음식은 곧 삶이고, 그 안에는 우리의 감정과 경험이 고스란히 담긴다.
혼자 먹는 식사, 함께 나누는 기억
이 책은 ‘혼밥’을 자주 한다고 고백하는 사람에게도 큰 위로를 준다. 혼자 먹는 식사가 외롭거나 쓸쓸하지 않다는 사실, 오히려 그런 시간이 자기 자신을 돌보는 소중한 시간이 될 수 있다는 깨달음을 준다.
에세이 속 화자는 혼자 사는 여성이다. 혼자 마트에서 장을 보고, 혼자 요리하고, 혼자 먹는다. 하지만 그녀는 그 시간을 ‘비워진 시간’이 아니라 ‘채워지는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런 식사를 통해, 과거의 어떤 장면들 – 어릴 적 어머니가 차려주던 밥상, 함께했던 연인의 취향, 돌아가신 아버지의 마지막 식사 등 – 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독자 역시 자연스럽게 자신의 기억 속 ‘특별했던 식사 한 끼’를 떠올리게 된다. 잊고 지낸 음식의 맛, 그것을 함께 나눴던 사람들, 말없이 전해지던 마음의 온기까지.
요리는 기술이 아니라 마음이다
마키타 미츠하루의 레시피 또한 이 책의 매력을 더해준다. 각 장의 끝에는 이야기 속 음식에 대한 간단한 조리법이 소개되는데, 재료도 많지 않고, 복잡한 과정도 없다. 오히려 ‘이렇게 간단한 걸로도 마음이 움직이는구나’ 하고 놀라게 된다.
예를 들어, 감자조림은 그저 감자, 간장, 설탕, 다시 국물 정도의 재료로 만든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강조되는 건 정확한 분량이 아니라 정성스러운 태도다. 불 조절, 재료를 손질할 때의 마음, 마지막에 뿌리는 깨 한 줌이 가지는 의미. 요리는 기술이 아니라 관심과 사랑의 표현이라는 메시지가 느껴진다.
눈물은 단지 슬퍼서 흘리는 게 아니다
『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라는 제목처럼, 이 책은 음식이라는 감정 매개체가 우리에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울컥하는 순간, 그건 단지 슬픔이 아니라 마음이 채워지는 감정일 수도 있다.
가령, 오므라이스를 먹으며 아버지를 떠올리고, 된장국을 끓이며 어머니의 냄새를 기억하고, 단순한 햄버거를 먹으며 친구와 웃었던 날을 생각하는 것. 그런 작은 식사가 삶을 버티게 해주는 순간이 되는 것. 이 책은 그런 경험을 잊지 말자고 말한다.
『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는 누구에게 필요한 책인가?
- 바쁜 일상 속에서 잠깐이라도 따뜻한 감성을 느끼고 싶은 사람
- 요리에 대한 부담 없이, 감성적인 에세이를 읽고 싶은 사람
- ‘혼밥’을 위로받고 싶은 1인 가구
- 음식과 관련된 기억을 되새기고 싶은 독자
이 책은 당신에게 잔잔한 감동을 전해줄 것이다. 마음이 지칠 때, 혹은 아무 이유 없이 울컥할 때 꺼내 읽고 싶은 그런 책이다.
마무리하며
『맛있어서 눈물이 날 때』는 특별하지 않은 재료로 만들어진, 그러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이다. 삶은 매일의 식사로 구성되고, 우리는 매일 누군가와 혹은 혼자서 그 식사를 통해 다시 살아간다. 이 책을 덮고 나면, 어쩌면 당신은 오늘 저녁 식사를 조금 더 정성스럽게 준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음식 앞에서, 문득 어떤 사람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릴지도 모른다. 그 눈물은, 분명 슬픔이 아니라 사랑에서 비롯된 눈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