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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리뷰 – 김승섭 교수의 사회역학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

by jaewon7010 님의 블로그 2025. 6. 15.

 

아픔이 길이 되려면

 

 

사회적 약자, 건강 불평등, 구조적 차별에 대한 날카롭고도 따뜻한 시선

우리는 종종 질병과 고통을 개인의 문제로 여깁니다. 하지만 누군가 병들고, 다치고, 사라지는 그 순간의 이면에는 언제나 사회 구조가 있습니다. 김승섭 교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바로 이 사회적 시선으로 고통을 바라보는 책입니다. 보건학자이자 사회역학자인 그는 데이터를 통해 증명하고, 사례를 통해 설득하며, 우리의 무관심한 일상을 흔들어 놓습니다.


책 소개: 개인의 고통은 사회의 반영이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고려대학교 보건과학대학 김승섭 교수가 2017년에 출간한 에세이입니다. 그는 **사회역학(Social Epidemiology)**이라는 학문을 통해 질병과 죽음을 분석합니다. 이 책은 의학과 통계, 그리고 감정이 공존하는 글입니다. 단순한 과학서도 아니고, 감성적인 에세이만도 아닙니다. 차별과 배제, 침묵 속에서 병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건강은 사회적이다"**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각인시킵니다.


책의 주요 내용: 통계 속에 숨은 사람들

책의 핵심 주제는 “질병은 사회적 맥락을 가진다”는 사실입니다. 예컨대 다음과 같은 사례들이 등장합니다:

  • 콜센터 노동자들: 반복된 감정노동과 감시에 시달리며 우울과 불안을 겪지만, 회사는 이를 개인의 문제로 취급합니다.
  •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 불안정한 고용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건강은 나빠지고, 이들의 아픔은 통계에 잡히지 않습니다.
  • 성소수자와 사회적 소수자들: 자살률과 정신질환 발병률이 높은 이유는 단순히 ‘심리적 취약성’이 아니라, 사회적 낙인과 배제입니다.

김승섭 교수는 이러한 사례를 통해 ‘개인의 건강’이 사실은 ‘사회적 결정요인’에 의해 좌우된다고 말합니다. 고용 형태, 소득 수준, 성 정체성, 인종, 교육 수준 등은 모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구조적 요인입니다.


데이터는 말이 없지만, 사람을 품을 수 있다

이 책의 특별한 점은 ‘과학자의 시선’과 ‘인간적인 마음’이 공존한다는 것입니다. 그는 철저히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그 데이터 뒤에 숨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세심히 들여다봅니다.

“통계에는 눈물이 없다. 하지만 그 숫자 뒤에는 반드시 사람이 있다.”

이 문장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종종 뉴스에서 ‘자살률’, ‘사망률’, ‘발병률’ 같은 숫자를 마주하지만, 그 숫자들이 지닌 고통과 현실은 피부로 느끼지 못합니다. 김승섭 교수는 그러한 숫자에 온기를 불어넣습니다.


인상 깊었던 구절과 그 의미

책 곳곳에서 강한 울림을 주는 문장들이 등장합니다.

  • “우리는 아픈 이들을 보며 ‘왜 아프냐’고 묻는다. 그러나 더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왜 그들은 보호받지 못했는가’이다.”
  • “고통은 그 자체로 의미가 없다. 다만 그것이 누군가에게 전달되고, 함께 감당될 때 의미가 된다.”

이러한 문장들은 우리가 아픔을 대하는 방식에 질문을 던집니다. 아픔은 공감의 대상이자, 때론 행동의 이유가 되어야 한다는 것.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책임을 느끼게 만드는 문장들입니다.


독자로서 느낀 점

처음 이 책을 펼쳤을 때는 다소 학문적이고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읽으면 읽을수록 그 문장들이 가슴을 파고들었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 그리고 그 아픔을 둘러싼 구조의 문제들이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개인적인 경험을 되짚어보게 되었습니다. 직장 내에서 감정노동을 감내하던 동료, 병가를 내기 어려워 힘들어하던 계약직 동료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의 고통에 대해 무관심했던 나 자신이 떠올랐고, 그런 무관심이 사회 구조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스스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왜 지금 이 책이 중요한가?

우리는 팬데믹, 경제 위기, 고령화 사회 등 복잡한 문제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건강은 단순한 의료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보다 더 복잡하고,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문제입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그 복잡한 고리를 풀어주는 열쇠와 같은 책입니다. 우리는 더 이상 질병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아픔을 함께 이해하고, 그것이 사회적 책임과 연결될 때, 비로소 건강한 공동체가 만들어집니다.


결국. . .아픔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책은 단순히 ‘공감하자’는 감성적인 메시지로 끝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나아가 행동하자, 질문하자, 구조를 바꾸자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던집니다. 우리는 이 책을 통해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 아픔을 길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습니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은 모든 시민, 특히 사회문제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강력히 추천하고 싶은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