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떴을 때, 어제보다 나아졌을까 하는 기대를 하곤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날들은 조용히 무너지거나, 모른 척 눌러 담은 감정들로 시작된다.
무언가 잘못된 것도 없고, 겉보기엔 괜찮아 보이는데 마음은 어딘가 균열이 생긴 듯하다.
그리고 그 균열은 하루를 살아가는 내내 천천히 벌어진다.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사소한 오해 하나에, 혹은 나 자신이 던진 비난 섞인 생각 하나에 금이 간 마음은 어느새 조용히 무너진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무사히 부서졌다.
내가 부서지는 이유
사람들은 보통 “강해져야 해”, “버텨야 해”라는 말을 쉽게 한다.
물론 그 말들이 틀렸다는 건 아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말들 속에 ‘지금의 나’를 인정하지 않는 폭력이 숨어 있을 때도 있다.
나는 늘 괜찮은 사람이고 싶었다.
누군가에게 폐 끼치지 않고, 맡은 일은 묵묵히 해내고, 웃으며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
그런데 어느 순간, 나는 그런 척하는 데 지쳐 있었다.
‘괜찮은 사람’이라는 껍데기를 유지하기 위해 감정도, 아픔도 억누르기 바빴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내면이 천천히, 그리고 조용히 무너졌다.
티 내지 않았지만 마음은 피로했고, 아무 말 없이 웃고 있지만 내 눈은 점점 무기력해졌다.
나는 그렇게 매일 조금씩 부서지고 있었다.
부서짐은 실패가 아니다
예전엔 ‘무너지는 나’가 싫었다.
왜 나는 별것도 아닌 일에 상처받을까, 왜 이렇게 약할까, 왜 자꾸 무너질까.
나 자신에게 실망하고, 그런 나를 감추려 애썼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됐다.
부서진다는 건 끝이 아니라는 것.
부서짐은 내가 견디고 있다는 증거이자, 나를 돌아보는 시작이라는 것.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는 대신, 부서진 나를 가만히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치유’는 시작된다.
부서졌다는 걸 인정할 때, 우리는 그 조각들을 다시 맞추는 방법을 배운다.
조급하지 않게, 천천히, 내 템포대로.
그리고 그 조각들 속엔 ‘진짜 나’가 있었다.
강한 척하지 않아도 괜찮은 나, 울어도 되는 나, 멈춰도 괜찮은 나.
그렇게 나를 다시 이해하게 됐다.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 건네기
살면서 수없이 많은 말을 듣고, 또 말한다.
그중 가장 많은 말을 나 자신에게 하면서도, 정작 가장 상처 주는 말도 나 자신에게 한다.
"왜 이것밖에 못 해?"
"이런 일도 버거워해?"
"넌 항상 이래."
이런 말들은 겉으로는 자극이지만, 결국 마음의 흉터가 된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부터 나에게 조금 다른 말을 건네기로 했다.
"지금까지도 잘했어."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통과했구나."
이런 말들이 내 안에서 나를 다시 세웠다.
누군가에게는 별 것 아닐 수 있어도, 나에게는 그 말들이 작은 응급처치 같았다.
내가 부서졌던 이유는 다정함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이 아닌, 내가 나에게 보내는 다정함 말이다.
우리 모두는 조용히 부서지며 살아간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요즘 많이 지치고 있진 않은가?
괜찮은 척하느라 웃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꾹꾹 눌러 담고 있지는 않은가?
그렇다면, 당신도 나처럼 ‘무사히 부서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부서지는 시간은 결국 회복으로 이어지고,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더 단단한 나로 자란다.
마치 도자기를 다시 이어 붙인 ‘금칠 도자기’처럼,
우리의 상처와 아픔도 결국 우리를 더욱 아름답게 만든다.
나를 다시 조각하는 삶
나는 앞으로도 자주 무너질 것이다.
누군가의 말에, 예상치 못한 사건에, 또는 나 자신의 실수에.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이제는 그 무너짐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무너졌다면, 그만큼 애썼다는 증거이니까.
부서졌다면, 그만큼 살아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부서짐 속에서 나는
또다시 나를 조각하고, 나를 이해하고,
더 따뜻한 사람이 되어간다.
마무리하며 –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나는 오늘도 무사히 부서졌다』라는 문장은 이제 나에게
‘포기’의 말이 아니라 ‘용기’의 말이 되었다.
부서짐 속에서도 살아 있고, 하루를 통과해낸 나를 다정하게 껴안아주는 말.
누군가는 이 글을 통해 자신을 조금 더 인정할 수 있길,
부서지는 자신을 위로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오늘도 무사히 부서졌다면, 당신은 충분히 잘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