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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삶 – 김영하가 건네는 단단하고 따뜻한 문장들

by jaewon7010 님의 블로그 2025. 7. 11.

 

단 한 번의 삶

 

 

인생은 단 한 번뿐이라는 단순한 진실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우리는 종종 그것을 망각한다. 김영하 작가의 산문집 『단 한 번의 삶』은 바로 이 익숙한 문장을 다시금 낯설게 마주하게 한다. 이 책은 여행, 독서, 인간관계, 삶의 태도 등 다양한 주제를 중심으로 우리가 어떻게 단 한 번의 삶을 더 깊이, 더 충만하게 살아갈 수 있을지를 따뜻한 시선과 단단한 문체로 풀어낸다.


작가 김영하, 그의 시선이 특별한 이유

소설가로서, 또 오랫동안 독서 에세이와 산문을 집필해온 김영하 작가는 특유의 간결하면서도 강렬한 문체로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살인자의 기억법』, 『오직 두 사람』, 『여행의 이유』 등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늘 개인의 삶과 내면을 탐구하면서도 사회적 맥락을 놓치지 않는 서사를 구축해왔다.

이번 『단 한 번의 삶』 역시 김영하의 통찰력과 문학적 감성이 오롯이 담겨 있는 산문집이다. 하지만 이전보다 더 부드럽고 따뜻하다. 이는 아마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 지구적 위기를 겪은 이후, 작가가 삶과 존재에 대해 더 깊이 성찰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이 책에는 '불확실한 시대를 사는 법'에 대한 단단한 조언이 곳곳에 담겨 있다.


단 한 번의 삶이기에,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책의 가장 큰 주제는 제목 그대로 "단 한 번뿐인 인생"이다. 우리는 늘 두 번째 기회가 있을 것처럼 산다. 미루고, 포기하고, 때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자신의 욕망을 숨기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 삶은 반복되지 않는다. 김영하는 그런 삶의 유한성을 직시하며, ‘진짜 나’로 살기를 권한다.

“우리는 모두 자기 삶의 유일한 주인공이다.”

이 문장은 단순하지만 강렬하다. 그는 독자에게 삶의 조연이 되기를 멈추고, 자신을 중심에 놓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선택을 두려워하지 않고, 타인의 기준보다 스스로의 가치관에 충실한 삶을 살아가라고 조언한다.


나를 아끼는 법, 타인을 이해하는 법

책 속에는 다양한 주제의 글이 수록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관계’에 대한 글들은 현실적이면서도 공감 가는 통찰을 제공한다.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가지만, 때로는 그 관계에 지나치게 매이기도 한다. 김영하는 말한다. "모든 관계가 영원할 수는 없으며, 그렇기에 관계에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이 말은 관계가 소중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관계의 유한성을 인정하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할 때 진정한 이해와 존중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또한 그는 자신을 ‘한 사람의 독립된 인간’으로 존중하면서, 동시에 타인에게도 같은 자유와 경계를 허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계 없는 관계는 종종 불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는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여행, 독서, 일상 속의 성찰

김영하 작가는 여행자이자 독서가다. 그는 삶에서 만나는 모든 경험들을 깊이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단 한 번의 삶』 속 글들은 대체로 짧지만, 그 짧은 글 속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학적 철학이 녹아 있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물리적 이동이지만, 동시에 내면의 변화이기도 하다. 김영하는 여행을 통해 익숙한 삶의 리듬을 깨고, 새로운 시각을 획득한다. 이 점은 독자에게도 중요하다. 변화가 필요할 때, 새로운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관점’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준다.

책 속에서 자주 언급되는 ‘독서’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힌다. 타인의 삶을 잠시 빌려 살아보는 독서는 결국 더 나은 나를 만드는 행위이다. 김영하는 독서와 여행 모두를 통해 삶의 층위를 넓히라고 조언한다.


불확실함을 살아내는 태도

현대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팬데믹 이후, 우리는 예측 불가능한 삶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되었다. 김영하는 그 속에서도 단단히 살아남을 수 있는 태도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무조건 긍정’도 아니고 ‘철저한 통제’도 아니다. 오히려 불확실성을 인정하면서도 그 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는 꾸준함과 유연함이다.

그는 "무언가를 완전히 준비한 후 시작하려 하지 말고, 불완전한 상태로도 시작하라"고 말한다. 삶은 늘 불완전하고, 그 불완전함 속에서도 계속 움직일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는 있다는 것이다.


마무리하며 – 지금 이 삶, 단 한 번이기에

『단 한 번의 삶』은 삶의 본질에 대해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묻는다.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엇을 우선순위로 두고, 어떤 관계를 맺으며, 어떤 기억을 남길 것인가? 김영하는 거창한 해답 대신,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법을 제안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매일 조금씩 나아가는 것. 그것이 단 한 번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여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화려한 수사나 특별한 에피소드 없이도 깊은 울림을 준다. 삶에 지쳤을 때, 선택의 기로에서 방황할 때, 혹은 그냥 나를 위로해줄 문장이 필요할 때 이 책은 조용히 당신의 곁에 앉아줄 것이다. 『단 한 번의 삶』은 단순한 산문집을 넘어, 삶을 대하는 하나의 자세이자 방향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