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은 끊임없이 산만함과 싸우고 있다. 스마트폰 알림, 소셜미디어, 유튜브 영상, 끊임없이 쏟아지는 뉴스. 중요한 일에 몰입해야 할 때조차도 우리는 몇 분을 넘기지 못한 채 딴청을 피우고 만다. “왜 이렇게 집중이 안 되지?”라고 자책해본 경험,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해 날카롭고도 심도 있게 답해주는 책이 있다. 바로 **요한 하리(Johann Hari)**의 『도둑맞은 집중력(Stolen Focus)』이다. 저자는 단순히 개인의 의지 부족이나 습관의 문제로 집중력을 잃었다고 보지 않는다. 그는 이 책에서 사회 전체가 어떻게 우리의 집중력을 구조적으로 빼앗고 있는지를 탐사하고, 그 원인과 해법을 하나씩 짚어낸다.
1. 집중력은 의지의 문제가 아니다
많은 자기계발서나 생산성 도서는 ‘의지력’에 초점을 맞춘다. 조용한 장소에서 일해라, 스마트폰을 멀리하라, 뽀모도로 기법을 써라. 이런 조언들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지만, 요한 하리는 근본적인 원인이 다르다고 말한다.
그에 따르면 우리는 개개인이 집중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집중 자체가 사회적으로 불가능한 환경에 놓여 있다.
“문제가 당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이 당신의 주의를 설계한 방식에 있다.”
하리는 수년간 과학자, 교육자, 기술기업 관계자, 심리학자들을 인터뷰하고 직접 실험에 참여하면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혀낸다.
-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디지털 플랫폼은 우리의 집중을 방해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 **SNS와 검색 엔진은 ‘주의력 경제’**라는 이름 아래 우리의 시선을 붙잡아 두기 위해 점점 더 자극적인 알고리즘을 사용한다.
- 끊임없는 멀티태스킹과 정보의 과잉은 뇌의 인지 능력을 실제로 저하시킨다.
즉, 집중력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현대 사회의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2. 기술 기업들이 설계한 ‘산만한 뇌’
저자는 실리콘밸리의 전직 엔지니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충격적인 사실을 밝혀낸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유튜브 같은 플랫폼은 사용자의 ‘체류 시간’을 최대화하기 위해 수십 명의 전문가들이 집중력을 분산시키는 설계를 한다.
알림, 자동 재생, 무한 스크롤, 맞춤형 피드 등은 모두 뇌를 자극적으로 자극해 주의력을 빼앗는 도구일 뿐이다.
“당신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이 당신을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아이들의 집중력이 짧아지는 이유 중 하나로 끊임없는 디지털 자극과 SNS 중독을 꼽는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가 학습 능력뿐 아니라 감정 조절 능력까지 저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하며, 이는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공중 보건 위기라고 강조한다.
3. 멀티태스킹은 뇌를 망가뜨린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멀티태스킹에 능하다고 착각하지만, 뇌 과학은 그 반대를 말한다. 뇌는 한 번에 하나의 일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으며, 멀티태스킹은 오히려 인지 능력을 저하시킨다.
하리는 이를 ‘전환 비용(switching cost)’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 이메일을 확인하고, 다시 글을 쓰고, 또 스마트폰을 잠깐 보고… 이런 반복적인 전환은 뇌에 피로를 누적시킨다.
- 실제로 멀티태스킹은 IQ를 일시적으로 10점 이상 낮추는 효과를 가져오며, 이는 수면 부족보다도 나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는 멀티태스킹을 하며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비효율과 피로의 악순환에 빠져 있는 것이다.
4.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한 개인적 전략들
이 책이 가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이다.
요한 하리는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한 개인적인 실천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일주일에 하루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에서 완전히 떨어져 있는 시간을 갖기.
- 깊은 독서의 습관화: 짧은 글, 피드 형식의 콘텐츠 대신 한 권의 책을 끝까지 읽는 경험을 반복해야 한다.
- 집중 루틴 만들기: 일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뇌가 집중하는 리듬을 익히도록 돕는 루틴 설정.
- 산책과 자연 노출: 인지 회복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로, 걷기와 자연 속에 머무는 것이 뇌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된다.
- 수면과 집중의 관계 인식: 수면 부족은 집중력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며, 하리는 잠을 빼앗는 문화를 비판한다.
5. 시스템을 바꾸지 않으면 개인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러나 저자는 이런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결국,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가 구조적인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 기술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사용자의 체류 시간에 기반한 광고 수익에 의존하는 한, 이들은 결코 사용자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 교육 시스템 역시 시험 성적이 아닌 집중력과 창의성, 호기심을 중심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런 변화가 단순히 기술을 규제하는 것을 넘어서, 새로운 주의력 문화를 만드는 운동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정치적 압력, 사회적 인식 변화, 미디어 교육 등 다방면의 노력이 필요하다.
다시 집중할 수 있는 사회를 향하여
『도둑맞은 집중력』은 단순히 ‘집중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우리가 왜 집중을 못 하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파헤치고 사회적 해법을 제시하는 탐사 저널리즘과 심리학, 기술 비평이 결합된 통찰의 결과물이다.
책을 읽고 나면, 더 이상 스스로를 탓하지 않게 된다. 대신, 나의 집중력을 빼앗은 구조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다시 집중력을 회복하기 위한 용기와 의지를 갖게 된다.
이 책은 특히 다음과 같은 독자에게 추천한다.
- 매일 산만함에 시달리며 자기 통제력에 대해 자책하는 사람
- 아이의 집중력 저하 문제로 고민하는 학부모
- 창의적이고 깊이 있는 사고가 필요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
- 디지털 미디어와 사회 변화에 관심 있는 독자
집중력은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만약 당신이 지금보다 더 깊이 있게 살고 싶다면, 이 책은 당신에게 가장 현실적이고 지적인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