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3 오이디푸스 왕 – 소포클레스 운명과 진실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존엄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고전이 있다. 바로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쓰인 이 작품은 단순한 문학작품 그 이상이다. 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운명과 자유의지, 진실과 자기인식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강력하게 압축하고 있는 비극의 정수이다. ‘비극’이라는 장르가 단순히 불행한 이야기를 뜻하지 않듯, 『오이디푸스 왕』 역시 단순히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알고자 하는 욕망, 자신을 정의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로 인해 맞닥뜨리는 파국을 통해 독자에게 묵직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신의 계시와 인간의 오만이야기는 테바라는 도시국가에서 시작된다. 도시에는 알 수 없는 역병이 퍼지고.. 2025. 7. 16. 말은 안 되지만 홍학의 자리 – 정해연 불완전한 삶 속에서 찾아낸,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자리‘말이 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설명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것.’이 문장들은 『말은 안 되지만 홍학의 자리』를 관통하는 핵심이다.정해연 작가의 이번 산문집은 현실과 비현실, 이성과 감성의 경계에서 어긋난 감각들을 포착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홍학이라는 존재가 상징하듯, 이 책은 낯설고도 익숙한 감정의 조각들을 천천히 펼쳐 보인다. 일상의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단어들 이 책은 명확한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정해연 작가는 자신의 감정과 기억, 경험의 편린들을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낸다.“이해받고 싶은 마음보다, 오해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책의 곳곳에는 이런 가만히 읽는 이를 멈춰 세우는 문장들이 등장한다... 2025. 7. 15. 트로이 이야기 – 배리 스트라우스: 전설을 다시 읽는 용기 “역사는 사실과 신화 사이의 대화다.”《트로이 이야기》(원제: The War That Killed Achilles)는 이 인용문을 대변하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 배리 스트라우스는 고대사 전문가로, 트로이 전쟁이라는 서사시의 전통을 역사적 사실의 가능성 안에서 다시 풀어낸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을 단순한 신화가 아닌 실제 있었던 역사로서 바라보려는 시도다. 그러나 단지 사실 여부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 전쟁, 권력, 신화가 교차하는 지점을 현실에 맞게 섬세하게 조망한다.전설에서 역사로, 신에서 인간으로우리는 트로이 전쟁을 흔히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통해 기억한다. 아킬레우스, 헥토르, 헬레네, 파리스 같은 인물들은 서사시 속 영웅이자 신의 후.. 2025. 7. 1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