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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4

원미동 사람들 – 양귀자 도시 변두리에서 피어난 삶의 진실, 그리움과 고통 사이의 인간 이야기 『원미동 사람들』은 작가 양귀자가 198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발표한 연작 소설집으로, 서울 외곽의 변두리 동네인 '원미동'을 무대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섬세하고도 강렬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한국 현대문학의 정수로 손꼽히는 이 소설은 발표 이후 지금까지도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과 사유를 안겨주며, 시대를 초월한 가치를 지닌 작품으로 읽히고 있다. 양귀자는 이 책을 통해 한 시대의 단면을 그려낸 동시에, 개개인의 내면을 통찰하는 강력한 서사적 힘을 보여주었다. 이 책은 각기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은 11편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인물들은 원미동이라는 공간 안에서 살아가는 서로 다른 삶의 결을 지닌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 2025. 7. 16.
오이디푸스 왕 – 소포클레스 운명과 진실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의 존엄수천 년의 시간을 넘어 오늘날까지도 끊임없이 회자되는 고전이 있다. 바로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 왕』이다. 고대 그리스에서 쓰인 이 작품은 단순한 문학작품 그 이상이다. 이는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운명과 자유의지, 진실과 자기인식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강력하게 압축하고 있는 비극의 정수이다. ‘비극’이라는 장르가 단순히 불행한 이야기를 뜻하지 않듯, 『오이디푸스 왕』 역시 단순히 슬픈 이야기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알고자 하는 욕망, 자신을 정의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로 인해 맞닥뜨리는 파국을 통해 독자에게 묵직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신의 계시와 인간의 오만이야기는 테바라는 도시국가에서 시작된다. 도시에는 알 수 없는 역병이 퍼지고.. 2025. 7. 16.
말은 안 되지만 홍학의 자리 – 정해연 불완전한 삶 속에서 찾아낸,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자리‘말이 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설명할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것.’이 문장들은 『말은 안 되지만 홍학의 자리』를 관통하는 핵심이다.정해연 작가의 이번 산문집은 현실과 비현실, 이성과 감성의 경계에서 어긋난 감각들을 포착하는 글들로 구성되어 있다. 홍학이라는 존재가 상징하듯, 이 책은 낯설고도 익숙한 감정의 조각들을 천천히 펼쳐 보인다. 일상의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단어들 이 책은 명확한 서사 구조를 따르지 않는다. 대신 정해연 작가는 자신의 감정과 기억, 경험의 편린들을 몽환적이고 감각적인 언어로 풀어낸다.“이해받고 싶은 마음보다, 오해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책의 곳곳에는 이런 가만히 읽는 이를 멈춰 세우는 문장들이 등장한다... 2025. 7. 15.
트로이 이야기 – 배리 스트라우스: 전설을 다시 읽는 용기 “역사는 사실과 신화 사이의 대화다.”《트로이 이야기》(원제: The War That Killed Achilles)는 이 인용문을 대변하는 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저자 배리 스트라우스는 고대사 전문가로, 트로이 전쟁이라는 서사시의 전통을 역사적 사실의 가능성 안에서 다시 풀어낸다. 이 책은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을 단순한 신화가 아닌 실제 있었던 역사로서 바라보려는 시도다. 그러나 단지 사실 여부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 전쟁, 권력, 신화가 교차하는 지점을 현실에 맞게 섬세하게 조망한다.전설에서 역사로, 신에서 인간으로우리는 트로이 전쟁을 흔히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를 통해 기억한다. 아킬레우스, 헥토르, 헬레네, 파리스 같은 인물들은 서사시 속 영웅이자 신의 후.. 2025. 7. 15.